1)
그는 원전노동자다. 과거 몇차례 진보정당에 가입했었고, 원전의 점진적 축소방안에 동의할 뿐만 아니라 해와 바람과 비를 이용한 적정기술로 그만의 멋진 집을 짓기를 꿈꾸는 다소 진보적 성향의 원전노동자이자 이재명을 강력히 지지하는 민주당원이기도 하다. 노무현, 문재인 정권을 지지했었고, 이명박, 박근혜 정권을 괴로워했었다. 12.3 내란이 지속되는 근 6개월동안 미친자들의 권력놀음에 몸과 마음은 지쳐갔고 일상이 무너진 상태의 연속을 살고 있다 중이다. 그 미친자는 결국 탄핵되었고 그 원전노동자는 이제 새로운 대한민국의 미래를 꿈꾸며 이재명정권의 압도적 승리를 갈망하고 있다.
2)
지난 22년 대선에서도 그는 이재명 후보를 지지했었다. 대선을 코앞에 둔 시점의 연이은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후보는 그 미친자와 아슬아슬한 박빙의 지지율로 반등의 조짐이 보이지 않은 상태가 계속되었다. 어쩌면 질수도 있겠다는 불길한 예감은 결국 패배의 현실로 돌아왔다. 많은 전문가들과 미디어에서는 다양한 각도에서 이재명 후보의 패배 원인들을 분석했다. 그러나, 그 원전노동자는 박빙의 지지율을 뒤집지 못하고 패배한 결정적 원인은 바로 원전정책에 대한 모호한 메시지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원전정책에 대한 대국민 메시지가 좀 더 구체적이어야 했고, 친원전과 반원전 세력을 교집합으로 엮을 수 있는 메시지 전략이 부재했기 때문이라고 아쉬워했다. 특히, 문재인 정권에서 신한울3,4호기 건설이 설계와 제작이 진행되는 와중에 백지화 선언을 하게 된 과정과 결정의 정당성을 떠나 결과적으로 보수적인 성향의 국민들뿐 아니라 중립적이고 진보적 성향의 원전종사자들에게도 많은 아쉬움과 논란과 민주당에 대한 반감을 키우는 원인이 되었다. 만약, 백지화선언 과정상의 문제들을 상세히 설명하고, 해명하고, 사과할 부분은 사과하고, 상처입은 그들의 마음을 위로하는 노력을 충분히 한 후, 원전건설에 대한 유보적인 입장을 취했더라면 이재명후보는 그 미친자에게 진 0.8% 격차를 뒤집었을지도 모른다. 좀 더 나아가서 "이미 결정된 사안(논란이 있을수 있으므로 신한울3,4호기 건설허가가 진행 과정과 절차상 정당했다는 가정하에...)은 후보와 민주당의 정책과 모순되더라도 국민과의 약속이기 때문에 진행되어야 한다"라는 메시지를 던졌다면 선거결과는 뒤집어졌을 것이다.
3)
25년 5월 또다시 이재명 후보는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게 되었다. 그 원전노동자는 1,2차 대선토론 역시 원전정책에 대한 후보들의 입장을 유심히 지켜봤다. 또다시 지난 대선 토론과 동일한 이재명후보의 발언과 메시지에 한탄했다. 결국 보수정당의 친원전 주장과 정반대의 반원전 논리로 맞서는 토론이 되어 버린 것이다. 정책이 잘못되었다는 말을 하는 하려는게 아니라 보수표를 끌어올 선거전략이 전무했다는 점을 지적하는 것이다. 이재명 정권은 이번 대선에서 압도적인 승리를 위해 보수, 진보의 진영논리를 떠나 국민대통합의 기치를 내걸고 성공적으로 선거운동을 해내고 있다. 보수논객 조갑제, 정규재의 마음을 흔들었고, 양심적이고 합리적인 보수 정치인들까지 품었으며, 붉게 물들어 있던 TK, PK 지역민들의 색깔을 파란색으로 바꾸어가고 있다. 그러나, 원전노동자의 눈에는 국민대통합의 한축을 건드리지 못한 분야가 바로 원전정책에 대한 메시지라고 판단했다. 선거일까지 이제 남은 시간이 별로 없다. 그래서, 그는 이재명 후보와 민주당에 진심어린 조언을 드린다.
4)
첫째, 원전정책에 대한 우호적 메시지와 태도로 포커싱하라.
우선 원자력발전소와 대표적 원전업계를 방문하라. 지금까지의 원전정책에 대한 입장을 선회하지 않아도 된다. 기저부하를 담당해야 하는 원전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원전업계와 원전종사자들의 마음을 흔들어놓을 진심어린 격려와 위로가 필요하다. 그들은 오랜세월 적대적인 혐오의 대상으로 두들겨 맞아 깊은 상처를 입은 상태다.
둘째, 원전 관련 용어를 순화하라.
원전종사자들의 입장에서는, 일부 국회의원들과 반원전단체, 진보정당들이 오랫동안 원전 관련 용어를 극단적인 혐오와 배제의 언어를 의도적으로 써 온 것으로 인식한다. "핵발전소"를 "원자력발전소"로, "핵폐기물"을 "방사선폐기물"로, "핵발전소 사고"를 "원전 정지"로 정제된 언어로 순화할 필요가 있다. 심지어 자신의 일터인 현장에서 묵묵히 성실히 일하는 "원전노동자"들에게조차 "핵마피아"로 규정하고 비난하는 것은 그들에게 모멸감을 주는 언어폭력으로 인식될 수 있다. 정책과 정책결정권자에 대한 비판과 원전노동자들에 대한 비판은 구분되어야 한다. 그럼에도 그들은 묵묵히 주어진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일하고 있는 원전노동자들이 처한 열악한 현실과 고통은 철저히 외면해 왔다. 그들이 그토록 혐오해왔던 그 시설에서 평생의 업으로 살고 있는 원전종사자들을 더이상 세상에서 배제시키지 말라.
셋째, 원전업계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의 처우개선을 약속하라.
대다수 언론보도에서는 대한민국이 원전건설 단가가 전세계에서 가장 낮고 경쟁력이 가장 높다고 끊임없이 자랑하고 있다. 이유는 분명하다. 육체와 영혼을 갈아넣어 노동력과 노동시간을 극단적으로 높여놓은 결과일 뿐 결코 자랑할 일이 아니다. 건설, 시운전 공정 준수, 가동중인 원전의 고장없는 안정적 전력생산의 압박과 극단적인 노동강도, 정신적 스트레스는 상상 이상이다. 원전의 전력생산은 국가적 과제이자 공익의 영역이라는 명분에 묻혀 정작 원전노동자들은 주 52시간 근로기준법을 준수할 수 없는 현실적인 사례들이 매우 자주 발생하고 있다. 그동안 소외되어 왔던 원전노동자들을 향한 우호적 태도와 처우개선의 메시지를 제시하라.
5)
결론적으로, 이재명 후보의 사회대통합 차원의 우클릭 퍼즐의 한조각에 원전정책에 대한 메시지가 빠져 있다.
원전업계와 종사자, 그리고 그들의 가족을 포함한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사람들의 숫자는 엄청나다. 진보적 성향의 원전종사자들의 상당수가 안타깝지만 그들의 밥벌이이자 일터를 건드리는 현실적 문제와, 오랜기간 혐오와 배제의 대상으로 내몰려 입은 집단적 정서적 트라우마로 인해 민주당 지지를 철회하는 비율이 굉장히 높은 것이 사실이다. 지난 수십년간 원전정책의 우호적 프레임은 보수정당의 전유물이었다. 지금은 그 프레임의 작은 일부라도 이재명 후보와 민주당이 가져와야 한다. 22년 패배의 원인이 된 주장을 똑같이 반복해서는 안된다. 정책을 바꾸지 않아도 된다. 원전에 종사하는 업계와 노동자들을 향해 배제에서 포용으로, 적대적 태도에서 우호적 태도로 태세전환의 유연성을 보여준다면 표심도 따라 움직일 것이다.
이재명 후보와 민주당의 압도적 승리로 새로운 대한민국을 희망하는 어느 진보적 성향의 원전노동자의 진심이 거기까지 닿길 바란다.
댓글
현실적이고 자세한 제안 너무 좋네요
당면과제이며 포화상태를 넘어선 폐연료봉처리 문제는 어떻게 할것이며??
노후원전폐쇄 와 여기에 들어갈 예산은 누가 감당하며??
미래세대를 위해서 탈원전이 상식적인 방향이고 원전을 증설하자고 하기 이전에 앞의 문제에 대한 해결책이 먼저일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