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발언
이재명 대통령선거후보, 한국노총 정책협약식 모두발언
이재명 대통령선거후보, 한국노총 정책협약식 모두발언
□ 일시 : 2025년 5월 1일(목) 오후 1시
□ 장소 : 한국프레스센터 19층
■ 이재명 대통령선거후보
존경하는 한국노총 김동명 위원장님, 그리고 중앙 집행위원 여러분, 오늘도 현장에서 열심히 땀 흘리고 있는 이 땅의 모든 노동자 여러분, 진심으로 반갑습니다. 오늘은 135주년 노동절입니다. 근로자의 날이 아닙니다. 뜻깊은 날을 맞아 대한민국의 모든 노동자 여러분께 깊은 존경과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우리 모두는 노동자이거나 노동자의 가족입니다. 저 또한 국민에게 고용된 노동자가 되려고 열심히 노력 중입니다. 이 단순한 진실을 우리 사회는 너무 오랫동안 외면해 왔습니다. 노동이 없다면 우리의 일상도 경제도 국가도 존재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오늘날 대한민국에서 노동의 가치가 제대로 인정받고 있는지는 의문입니다. 노동자들의 헌신은 충분히 존중받고 있는지 역시 의문입니다. 참으로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지난 3년간 대한민국의 노동현실은 급속도로 퇴행했습니다. 노동자들의 권리는 축소됐고, 산업현장의 안전은 위협받고 있습니다. 노사분규는 사실 더 증가했고, 임금체불은 역대 최대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격차가 더 확대됐고, 여전히 많은 노동자들이 일터에서 안전사고로 목숨을 잃고 있습니다. 이는 우리 모두의 실패입니다. 지난 대선 패배가 더욱 뼈아픈 이유이기도 합니다.
한국노총은 더불어민주당과 오랜 시간 함께 연대의 손을 잡아 왔습니다. 특히, 지난 내란의 겨울부터 이번 탄핵의 봄까지 국민과 함께 광장을 지키며 대한민국의 민주주의와 정의를 바로 세우는데 중추적인 역할을 해주셨습니다. 내란을 완전히 종식하고 노동자의 권리를 확대하고 다시는 뒤로 가지 않는 진정한 대한민국을 향해 함께해 주신 뜻으로 믿습니다. 오늘의 정책협약식은 우리의 연대와 협력을 단순한 말이 아닌 구체적 현실로 바꾸어나가는 첫걸음이 될 것입니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 일하는 대한민국 노동자들의 노동시간을 줄이고, 차별과 사각지대 없이 보호받고, 산업전환과 기후위기 속에서도 새로운 길을 찾을 수 있도록 저와 더불어민주당이 힘쓰겠습니다.
미래사회의 노동은 단순한 생존을 위해 불가피하게 감수해야 되는 고역이 아니라, 자기실현을 위한 가치 있는 과정이 되어야 합니다. 노동이 존중받고 일하는 사람들이 주인공이 되는 사회야말로 진짜 대한민국의 모습입니다. 차가운 겨울이 지나간 자리에 새로운 생명이 돋아나는 것처럼 대한민국에도 민주주의와 민생, 평화의 봄이 오고 있습니다. 그러나 진정한 봄은 노동자와 서민의 삶에 따뜻한 햇살이 비칠 때 비로소 완성될 것입니다.
준비된 말씀을 마치기 전에 한두 가지 추가로 말씀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우리 사회가 지나치게 양극단적입니다. 동전은 앞면도 있고 뒷면이 있습니다. 양지가 있으면 음지가 있습니다. 기업이 있어야 노동도 있고 노동이 있어야 기업이 있습니다. 그런데 어찌 된 판인지 제가 노동자들을 만나면 반기업이라고 하고, 기업인들을 만나면 '우클릭', 심하게는 '쇼'라고 이야기를 합니다. 기업이 없는 대한민국 경제가 살 수 있습니까? 노동이 없는 대한민국 기업이 있을 수 있습니까? 노동자들이 없는 세상이 어디 있습니까? 앞으로는 이런 정말 말도 안 되는 분열과 대결의 언어들을 버리고, 진정한 통합의 길로 나아가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노동자들이 잘 되어야 기업이 잘됩니다. 기업이 잘 되어야 노동자들도 삶이 좋아집니다. 필요할 때는 협력하고, 또 필요할 때는 싸우겠지요. 그러나 우리가 서로 망하고 상대를 없애자고 싸우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다 함께 잘 되자고, 더 나은 세상 만들자고, 더 좋은 기업 만들어서 우리 일자리도 더 튼실하게 만들자고 싸우는 것 아닙니까? 그리고 정부, 정치는 그 중간에서 그 양자를 다 포괄해야 되는 것입니다. 시어머니하고 며느리 사이에서 시어머니 앞에서는 시어머니 편들고, 며느리 앞에 가서는 며느리 편들고 그러면 되겠습니까? 그럼 가정불화가 생기죠.
오바마가 그런 이야기를 했던 것이 기억이 납니다. “노동자들이 단결을 강화해야 된다. 노조에 가입해라.” 대통령이 되어서 그런 이야기를 하고 다녔습니다. 저도 전적으로 공감합니다. 미국에 대공황이 왜 생겼습니까? 독점하다가 생긴 거잖아요. 그 독점을 깨고 대공황을 이겨낸 여러 가지 장치들이 있지만, 그중에 하나가 노동자들의 단결권을 허용한 것입니다. 단체협약권, 단체행동권을 인정하고 노동자들을 보호해서 중산층으로 키워 지금 미국의 50년 호황이 있었던 것이죠.
우리나라도 마찬가지 아니겠습니까? 지금 대한민국은 수직계열화가 너무 심해서 중소기업들, 소상공인들이 너무 힘듭니다. 이것이 많이 개선되기는 했지만, 기업들 간에도 착취구조가 있다는 것 아니겠습니까? ‘단가 후려치기, 납품단가 깎기, 기업성과 가로채기’, 요즘은 많이 없어지고 있지만 지금까지 그것이 대한민국 중소기업들의 사정을 어렵게 했습니다. 중소기업이 잘 되어야 중소기업에 고용된 노동자들의 삶도 좋아지지요. 그런데 중소기업들이 하도 수직계열화돼서 영업이익률도 낮고, 경영 개선이 되면 힘센 기업에 사실상 뺏기다 보니까 경영개선 노력을 하기 보다는 로비에 힘쓴다는 것 아닙니까? 이런 비정상을 정상으로 바꾸어야지요.
그래서 중소기업이든 계열화된 기업들이든, 그 기업들끼리도 단결권을 줘야 합니다. 지금 공정거래법이 이것을 많이 차단하고 있는데, 사실 큰 대기업의 여러 회사들이 납품을 한다면 집단교섭을 할 수 있게 허용을 해줘야 될 것 아닙니까? 그런데 힘이 너무 차이가 크니까 일방적으로 당하고, 그것이 기업 생태계, 경제 생태계를 망치는 것 아닙니까? 앞으로 한국노총이 조합원 300만 시대를 열기를 바랍니다. 이것이 대한민국이 잘 되는 길입니다. 저는 확신합니다.
노동자들이 자기가 다니는 회사를 망하라고, 자기 직장이 없어지라는 싸움을 하겠습니까? 그런 싸움을 하면 여기 계신 노조 간부들이 말리겠지요. 그런 바보들이 어디 있겠습니까? 너무 과한 욕을 하는 것도 아닐 테고, 또 과한 욕을 하면 사회적인 지탄을 받을 것입니다. 그것이 바로 토론과 타협을 통해서 균형 있게 사회가 성장하는 길, 나라가 발전하는 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저는 노동계와 기업·자본가 쪽이 대화를 했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반도체 업계 52시간 제도 도입을 놓고 토론을 해봤는데 아주 황당한 것을 느꼈습니다. 서로 믿지를 않아요. 빨간 동그란 컵을 놓고 이것이 도대체 어떻게 생겼느냐를 토론했는데 한쪽은 “네모”라고 그러고 한쪽은 “세모”라고 하는데 제가 보니까 동그라미에요. 그래서 “이것이 동그라미입니다”라고 아무리 이야기해도 세모 쪽은 “그건 네모 쪽이 거짓말하는 것입니다”라고 이야기하고, 이것을 네모 쪽에다 이야기하니까 “세모 쪽이 못 믿어서 그러는 것입니다"라고 이야기를 합니다. 그래서 제가 보여주면 “안 볼란다”라고 합니다. 대화가 단절이 됐습니다.
이 이야기가 언론에서 문제될 것이라 한 말씀을 더 추가로 드리면, 반도체 업계에 52시간 연구직이 있지 않습니까? 제가 기업인들을 요새 많이 만나는데 그 말씀을 드려요. 제가 이야기를 해보니까 실익이 없는 제도입니다. 여러분도 보셨겠지만 반도체의 연구개발급 중에서도 아주 고급 연구 인력들, 연봉 1억 5천 이상, 또는 1억 3천 이상인 분들한테 “본인이 원하면 몰아서 일할 수 있게 주52시간제 예외를 인정해 주자”라고 그러더라고요. 제가 보기에는 그럴 필요도 있습니다. 그런데 노동계에서 의심을 하지 않습니까? “총 노동시간을 늘리려고 그러는 것이다. 그리고 노동의 대가를 안 주고 부려먹으려고 그러는 것이다. 착취하려고 그러는 것이다.”라는 의심이 있잖아요. 그래서 양측 의견을 들어봤습니다. 김주영 의원님하고도 한참 이야기했습니다. 그런데 이것에 대해서 이해가 완전히 다르더라고요.
제가 그래서 사용자 측에 물어봤습니다. “노동자들이 이런 의심을 하는데 총 노동시간을 늘리려고 그러냐”라고 물었더니 처음에는 말을 못 하다가 그것은 아니라고 정리했습니다. 그리고 “노동시간을 한쪽으로 몰아서 쓰면 추가 노동에 대한 노동 강도가 높아지는 것에 대한 대가를 지불하냐"라고 물었습니다. 주말근로, 심야근로는 50% 더 줘야 되잖아요. 이런 것을 주냐고 하니까 준대요. “그럼 됐네”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결국은 '총 노동시간을 늘리지 않는다. 노동 강도 강화에 따른 모든 대가를 현행법대로 추가 지급한다.' 그렇게 하니까 어떤 일이 생긴 것 같습니까? 기존에 있는 변형근로제, 선택근로제, 재량근로제보다 불리한 제도입니다. 그런 제도는 필요가 없어요. 그것을 사용자들이 인정을 합니다. 그래서 제가 그러면 철회하라고 그랬어요. 그리고 연봉 1억 5천 이상 받는 연구 개발직이 그렇게 일을 강제로 시키면 버티겠습니까? 다 도망가죠. 그래서 그런 것이 필요 없대요.
결론이 어떻게 됐냐면 반도체 업계 쪽에서 노동부에 요구를 했습니다. “그것은 필요 없다. 단, 3개월로 되어있는 지금 노동부의 변형근로 인가 시간을 6개월로 늘려달라.”라고 그러더라고요. 그건 노동부 소관 아니냐라고 했더니, 전에 대통령 대행, 여당위원장, 저, 정책위의장이 만났지 않습니까? 그때 그분들이 뭐라고 한지 아세요?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이었죠. 요구가 딱 그것이었습니다. "다 필요 없고 반도체 업계는 그런다. 노동부도 마찬가지 아니겠냐. 주52시간제가 필요 없다. 뭐가 필요하냐면 '반도체 업계의 특성을 고려해서 노동행정을 한다'. 라는 문구만 넣어달라고 한다."
그래서 우리가 “그것이 왜 필요하냐?”라고 물어봤습니다. 노동부가 지금 그것을 3개월을 6개월로 늘리는데 욕을 얻어먹으니까 욕 안 얻어먹게 그 조항을 넣어 달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제가 노동계에 물어봤어요. “저거 아무 소용 없는 것이고 그냥 명목상 생색내기로 조항 하나 넣어달라는데 그거 넣어주면 안 될까요?” 그랬더니 안 된대요. 필요 없는 것을 왜 넣느냐는 거예요. 그 말도 맞잖아요. “필요 없으면 그냥 넣어줘도 되지 않냐”라는 말도 맞잖아요. 그래서 제가 양쪽을 조정하다가 포기했어요. 이런 것을 놓고 싸워야 되겠습니까? 아무 실익이 없잖아요. 지금 반도체지원법이 아직도 그것 때문에 처리가 안 되고 있습니다. 대체 왜 이러냐고요.
필요 없다는 것을 반도체 업계는 인정해요. 기존 제도보다 더 불리하고 필요 없다고 인정해요. 그러면 노동부가 6개월로 늘려야 되는데 그 명분이 필요하니까 법을 만들어 달래서 제가 세상에 그런 법이 어디 있냐 했습니다. 지금은 6개월로 늘렸다면서요? 고시했다면서요. 아무 문제 없잖아요. 그러면 그 주장을 철회해야지요. 그런데 지금도 그것 때문에 싸우고 있습니다. 주52시간제를 이재명이 후퇴했다고 하면서 공격하고, 여당은 그 이상한 '아직도 여전히 요구합니다' 확인서에 도장 받아 왔잖아요. 그것은 말 같지 않은 가짜입니다.
이런 것을 하지 말아야 합니다. 얼마나 세상이 급한데요. 글로벌 반도체 경쟁이 심각하다면서요. 지원해 줘야 된다면서요. 그런데 이런 쓸데없는 주52시간제 논쟁을 하고 있습니다. 이런 것을 ‘예송논쟁’이라고 하죠. ‘3년 상이 옳으냐, 1년 상이 옳으냐’ 그것이 백성들의 삶에 뭔 상관이 있습니까? 자꾸 그런 것은 안 했으면 좋겠는데요
어쨌든 제가 답답해서 드린 말씀입니다. 오늘 저희가 노동 관련 정책협약을 하고 나면, 또 뭐라고 엄청나게 할 거라서 제가 미리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박수 한 번 주세요. 앞으로는 우리가 노동 의제든, 사회갈등 의제에 대해서 터놓고 최소한 신뢰하면서 대화를 하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필요한 합의를 해야 우리가 지금 이 어려운 상황을 타개해 나갈 수 있습니다.
이런 불필요한 것들을 가지고 정치적인 이유로 이념, 진영을 가지고 싸우면 어느새 이 위기를 벗어나겠습니까? 노동자 여러분이 잘못이 있다는 이야기는 전혀 아닙니다. 우리 사회의 풍토를 말하는 것이죠. 정치적 공격을 위해서 필요한 일들을 안 하고, 공직자들이 공직을 이용해서 사적이익, 집단적 이익, 정치적 이익을 챙기는 일들이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앞으로 우리 모두가 함께 사는 세상을 향해서 나아가야 됩니다. 노동자들도 존중받고, 기업인들은 자유롭게 창의적인 기업 활동을 하고, 세계적으로 각 분야에서 대한민국이 선도적 위치를 차지하는 진정한 문화강국 경제강국, 군사안보강국으로 나아가면 좋지 않겠습니까? 그런 나라를 노동자들과 손잡고 함께 만들면 좋겠습니다.
저를 지지해 준다는 점에서 진심으로 감사드리고, 그 지지는 저 개인에 대한 지지가 아니라 진정으로 노동이 인정받는 세상을 만들자는 것 아니겠습니까? 여러분들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약속으로 오늘 사인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2025년 5월 1일
진짜 대한민국 중앙선대위 공보단